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죽음은 누구나 맞이하는 저녁노을 같아
나 역시 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리라
바람 앞에 등불처럼 꺼지는 삶일지라도
낙엽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겨울 나무처럼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리라
삶의 무게가 벼랑 끝의 돌덩이처럼 무겁고
이 나이 되도록 내 삶 하나 책임지지 못했다는 서글픔이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들 때
나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풍파를 견딘 고목처럼 단단해지는 중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마치 견고한 자물쇠가 있으면 반드시 열쇠가 있듯이
그러나 그 답은 거친 파도처럼 아우성친다고 오지 않는다
때로는 깊은 산속의 바위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
그 침묵이 가장 강한 대답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내 삶에 세찬 폭풍우가 불어오는가
불어오는 바람은 계절의 변화처럼 막을 수 없으니
나는 그저 깊게 뿌리내린 대지처럼
모른 척, 외면하듯 고요히 서 있으리라
겨울 나무처럼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리라
그럴 수 있으면, 그럴 수만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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