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죽고 못 사는 사이’란 말을 생각했다

in #steem8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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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죽고 못 사는 사이란 말을 생각했다.
그런 사이가 어떤 사이일까.


‘죽고 못 사는 사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흔히 드라마 속 격정적인 사랑이나 목숨을 바치는 거창한 서사를 기대한다. 하지만 진짜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오히려 매일의 사소한 지루함과 단점들을 공유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는 상대의 빛나는 모습만 보인다. 다정함, 재치, 세련된 외모 같은 것들이 관계를 시작하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서로의 울타리 안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는 순간 감추고 싶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난히 급한 성격, 흘리고 다니는 물건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쉽게 삐지는 소심함 같은 단점들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부터다. 진짜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상대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 완벽하지 않은 틈새를 이해한다고 할까 아니면 스며든다고 할까. 여하튼 그런 것마저 사랑하게 된다.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면서도 이미 손으로는 상대가 잃어버린 물건을 챙기고 있고, 토라진 뒷모습이 얄미우면서도 어떻게 해주면 풀릴지 고민하게 된다. 상대의 단점이 더 이상 미움의 이유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 곁에 있어야만 하는 말이 안 되는 다정한 핑계로 변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모나고 서툰 조각들을 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의 가장 못난 부분까지 스스럼없이 보여줄 수 있고, 상대의 가장 지질한 모습까지도 기꺼이 품어줄 수 있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다.


죽고 못 산다는 것은 매 순간 불타오르는 감정이 아니다. 서로의 흠집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 흠집마저 그 사람다움으로 인정하고 귀엽게 여겨주는 단단한 마음이다.


"너 때문에 못 살겠다"라는 장난 섞인 핀잔 속에 "너 없인 못 살겠다"라는 진심을 숨겨놓은 채, 오늘도 우리는 서로의 단점을 사랑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오늘 슬쩍 그래서 물어보았다.
이젠 다 거시기하게 산다는 말로 무덤덤하게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인생이 이런 건가, 늙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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