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달도 없는 밤을 걸었다.

in #steem13 hours ago

고단하면 일찍 자게 되고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는 법인가
어젯밤에는 열시도 되기 전에 내 몸이 뜨거운 날에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려 그대로 누워 잠을 잔 거 같다.
깨어 보니 2시가 조금 넘었다.
아주 곤하게 잘 잤다.
그래 그런지 몸도 가뿐하고 일단 머리도 가볍고 맑은 느낌이라 어제 별로 못 걸었으니 오늘 나가 걸어보자는 생각에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워라 그런데 이게 뭐지 길이 미끄럽다.
자동차 위를 보니 싸락눈, 아니 우박이 내린 거 같다.
아무래도 우박이 비와 같이 살짝 내려서 얼어붙은 거 같다.
자동차 유리창을 손으로 만져봐도 그냥 우박이 온 게 아니라 살짝 비가 섞이어 내린 거 같다.
도로도 마찬가지이다.
건물 외벽에 마감 칠 때 하는 드라이비트를 한 것처럼 평평하면서 우툴두툴한 그런 느낌의 질감인데 미끄럽다.
매끈한 빙판길은 아니지만 미끄럽다.

발걸음은 조심조심 걷게 된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는 염화칼슘을 뿌려서 그런대로 걸을만하다.
이왕 나왔으니 걷자는 생각에 걸었다, 그러면서 오디오 북을 들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야를 들었는데 주인공이 내가 아닌가 싶게 배경 설정이 지금 걷고 있는 나와 비슷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에서도 혼자 걷기를 즐겨하던데 나도 그렇다.
물론 누군가 같이 걸으면 그것도 좋은데 가끔 이국장이나 동무를 해주지 같이 걷는 사람이 없다.
설령 같이 걷는 사람이 있어도 부지런히 걷는 이른바 파워워킹을 하는 사람하고는 어울려지지가 않는다.
그냥 생각하며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가끔은 하늘도 바라보며 걷는 게 좋다.
특히 낭만 가득한 돌다리를 건너기를 무척 좋아하고 즐기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돌다리 근처까지는 갔으나 미끄러워서 인도교를 걸었다.

지금 이 시간에 잘못하여 풍덩하면 뉴스거리 되기 십상이지 싶어 안전제일의 기치를 내걸고 바라만 보고 인도교를 걸어 들깨 밭으로 갔다.
어쩌면 들깨밭을 걷는 게 나중에는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날마다 찾아가는 곳 중에 하나가 들깨밭이다.
다른 곳 하고는 다르게 들깨밭을 돌며 걸을 때는 성지순례를 하면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싶게 마음이 다른 곳을 걸을 때 하고는 다르다.
어느 성인의 말처럼 인생 모르는 일이고 멈추지 않고 계속 가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길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들고 있는 답은 없으나 그냥 무작정 걷는다.

백야에서 나는 문득 황순원의 소나기의 그 어떤 느낌과 비슷한 것을 느끼었다.
돌다리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런지 모르나 소나기의 주 배경이 돌다리이고 백야의 포인트 배경은 돌다리는 아니지만 다리였다.
소나기는 10대 어린 소녀 소년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지만 백야는 20대 성인의 풋풋한 이야기이다.
그림으로 그려 놓으면 아주 비슷한 그림이 나올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공통점은 이별의 아픈 경험으로 인간으로서 성장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따듯한 곳에서 앉아있어 그런가 이제 하품이 나온다.
아무래도 한숨 더 자고 일어나라는 신호 같다.
이대로 누우면 또다시 꿈나라인지 꿀나라인지로 갈 거 같다.
그것도 좋지 하는 유혹이 계속 손을 뻗치니 넘어가주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그럼...

감사합니다.

2026/01/15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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