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 사람이...?
아니, 그 사람이...?/
가깝지는 않지만 어디서든 만나면 아는 척은 하고 지내는 사이다. 괜찮은 사람, 그런대로 잘 나가는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참 건강해 보이는 사람.
10년이 훨씬 넘었던 시절, 지역 기업인 모임에서 같이 활동했던 사람이다. 연령이 삼사 년 차이가 나다 보니 개인적으로 친분을 깊게 쌓지는 못했지만,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였다. 딱 거기까지의 관계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제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아내로부터 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아내가 "옥수수 따러 가자"고 할 줄 알고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도통 나갈 생각을 안 하더니 아침 식사를 하면서 조용히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서 오늘은 도저히 밭에 갈 마음이 안 난다고 한다.
어제 오후 3시부터 밤 8시까지 밭에서 옥수수를 따고 찌느라 고생을 한 걸 알기에, 나 역시 먼저 가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참이었다. 여하튼 그랬다.
이 국장이 망자의 아내와 동문이라 평소 가깝게 지내다 보니 부고가 전해진 모양이다. 안타까운 이야기는 한동안 더 이어졌다. 살면서 참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가는 것도 올 때처럼 순서대로 가면 좋으련만, 세상은 참 그렇지 못하다.
아직 젊고 한창 일할 나이인데 어쩌다 그리되었나 했더니, 밭에 나가 일을 하다가 쓰러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혼자 일하다가 쓰러지는 바람에 곧바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해 일이 이렇게 커진 것 같다.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먼저 안타깝게 다가온 것은, 일보다도 남겨진 자식들의 혼인 문제였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안 하려고 하니 부모들은 속이 시커멓게 탄다. 흑탄이 다 타서 하얀 재가 될 즈음이 된 것 같은데, 겉만 탔지 속은 여전히 그대로 앓고 있는 형국이다.
이게 어디 남의 이야기만 가랴. 우리도 마찬가지다.
결혼들은 했다지만 한 놈은 아이를 하나만 낳고 더 안 낳겠다 하고, 작은 놈은 아예 안 낳겠단다.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젠 부모가 억지로 말도 못 꺼낸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혼인이라도 해서 제 짝과 같이 지내니, 저녁마다 "집에 잘 들어왔냐" 확인 전화는 안 해도 된다는 사실 말이다.
자식이 마흔이 넘어도 혼자 사는 걸 지켜보는 부모는 마음이 마냥 편할 수가 없다. 친구들의 손주 자랑에 속이 쓰린 것도 다 지난 이야기고, 그저 제 짝이나 찾아가면 좋겠다는 게 이 시대 대부분 부모들의 마음이리라.
그렇다 보니 가끔 아내가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도 우리 애들은 효자지."
그러면 나도 맞장구를 친다.
"암, 제 짝을 만나 잘들 살고 있으니 고맙지. 그렇지 않아 봐라. 맨날 저녁이면 집에 잘 들어왔나 전화로 확인하고 걱정하느라 바빴을 텐데, 그런 걱정 없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게 서로 마주 보며 허허 웃곤 한다.
참, 사람 산다는 게 뭔가 싶다. 이럴 때면 마음이 더욱 그렇다.
세상에 온 순서대로 가는 게 하늘의 법이면 참 좋겠는데, 왜 이 세상은 이토록 순리를 거스르는지.
더욱 허망하고 울분이 솟구치는 건, 저 멀리서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목숨을 잃는다는 뉴스다. 특히 젊은 청년들이 '고기 분쇄기'라고 표현되는 참혹한 전쟁터로 내몰리는 현실을 보면 기가 막힌다.
러시아 병사들이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전쟁터로 가면 기대 수명이 고작 2주에 불과하다는 뉴스에, 난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신을 모독하는 명백한 죄악이다.
신의 이름이나 능력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차라리 강력한 구속력이 있는 국제법이라도 만들어야 마땅하다. 전쟁을 일으킨 원흉이 먼저 총알받이가 되게 하고, 그다음은 나이 순서대로 전쟁터에 나가게 해야 한다. 정 전쟁을 하려거든 나이 든 사람부터 앞세우고 하라는 말이다.
물론 내 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지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테러는 그보다 더욱 말이 안 되는 짓거리들이다.
인류를 사랑한다는 신을 믿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80퍼센트가 넘는다는데, 그런 사람들이 앞장서서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이해가 되는 상황인가 말이다. 여하튼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 나온 김에, 또 한 가지가 있다.
요즘 노인들이 타의에 의해 밭으로,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는 사실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 본다.
내가 지금 그렇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 더 이상 이야기하면 거시기 하니... 아니, 다 꺼내어 이야기를 해야 하나...
감사합니다.
2026/08/09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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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점점 더 씁쓸해지는 것 같습니다.
푸틴, 트럼프, 네타냐후 이자들을 심판대에 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