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일구어 낸 죄
[시] 일구어 낸 죄
굽은 허리 펴가며 정성으로 거둔 옥수수
나누는 기쁨에 젖어 고단함도 잊었건만
난데없이 날아든 칼날에 농심(農心)만 베이고 만다
투기를 잡겠다 휘두르는 저들의 칼날은
애꿎은 노인의 손마디처럼 투박한 삶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시퍼런 낫날 같다
농사 안 지으면 땅을 뺏겠다는 엄포는
마치 벼랑 끝으로 등 떠미는 거친 손길 같다
평생을 거름처럼 땅에 쏟아부은 세월인데
돌아온 법은 멧돼지처럼 농토를 헤집고
자식들 앞길 비춰줄 등불 같던 땅은
이제 발목을 잡는 무거운 쇠사슬이 되었다
청춘을 바쳐 가난을 건너왔고
밤낮으로 일구어 영토를 일구어 지켰거늘
돌아온 것은 합법의 탈을 쓴 약탈인가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국가가 법을 앞세워 약탈하면 그건 뭐가 되나
살 발라먹고 난 후 뼈까지 추려 가려 하나
보유세 세 배의 무게로 삶을 짓누르겠다는 발길 앞에서
주식 시장은 잔칫집처럼 북적거려도
시골 노인들의 마음은 타버린 잿더미 같다
믿었던 기대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실망은 독한 술처럼 가슴을 아리게 적신다
그래도 희망은 꺾인 가지처럼 축 늘어졌어도
죽음에 이르는 병만은 걸리지 말자고
마지막 남은 불씨 같은 다짐을 품는다
일구어 낸 삶을 끌어안고 죽어야 하나
목숨이라도 살겠다고 살려달라 소리쳐야 하나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마음 아픈 현실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