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꿈
지난밤 꿈을 꾸었는데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어제 외출할 때 어깨에 메고 갔던 가방이 꿈속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종사촌 형과 함께 목욕탕인지, 찜질방인지, 불가마인지 모를 곳에서 시원하게 몸을 씻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나와서 보니 내 가방이 바뀌어 있었다. 가방 속 물건은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다행히 신분증만 놔두고 싹 가져간 것이다. 먼지 하나 안 남기고 다 털어갔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더욱 이상한 건, 꿈속인데도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속이 다 시원했다고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흉몽은 아닌 것 같다. 왠지 이제 텅 빈 가방에 새롭게 좋은 것들을 담으면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골치 아팠던 일이나 묵은 감정들을 누군가 대신 싹 수거해 간 느낌이다. 꿈속에서도 딱 그런 긍정적인 직감이 왔다.
생각해 보니 이 꿈은 어제 겪었던 두 가지 사건과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두 사건이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제 서울 중랑센터에서 연합 세미나가 있어 상경했다. 한창 세미나가 진행되던 오후 3시쯤, 이천에서 사료공장을 하는 친구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의논할 게 있다며 지금 급히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알겠다고 답한 뒤, 결국 연합 세미나 중간에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원래 교육을 다 마치고 나면 일행과 함께 편하게 내려올 차가 있었고, 아니면 올라갈 때처럼 전철을 타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친구와 가평 설악센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다 보니 동선이 꼬였다. 전철을 타면 청평으로 크게 돌아가야 했기에, 약속 시간에 맞추려면 잠실에서 설악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타야만 했다.
여기서 진짜 문제가 터졌다. 이런 갑작스러운 일정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터라, 지갑에 카드도 없이 달랑 약간의 현금만 들고나왔던 것이다.
점심 먹고 이래저래 쓰고 나니 주머니에 남은 잔돈이 전부였다. 버스 요금을 확인해 보니 수중에 가진 돈이 버스비 3,2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는 참 '거시기'한 상황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설악으로 내려와 친구와의 약속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가방이 통째로 털렸지만 오히려 시원했던 꿈, 그리고 주머니가 탁탁 털려 버스비조차 아슬아슬했던 어제의 실전 상황. 이 모든 게 내 삶의 묵은 것들을 싹 비워내고, 새로운 기운과 성공을 채우려는 기분 좋은 징조가 아닐까 싶다.
비워졌으니, 이제 다시 기분 좋게 채워 넣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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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득 가득 채우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