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0 hours ago

자를 대고 자른 듯
똑같이 나누어 받은 하루

만나는 풍경마다 뒤로 밀어내는 기차에서
손에 잡힐 듯 걸린 오동꽃을
놓치고 말았다

당장 내려서
한 송이라도 따고 싶었지만
그 마음조차 뒤로 밀어낸다

개봉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보이는 국수집
어묵솥에서 나온 뽀얀 김이
재빠르게 후각에 올라탄다

연둣빛 마을버스가
봄버들처럼 휘청일때마다
흡입했던 그림자를 뱉어낸다

어둠을 딛고 서있는 외등처럼
식은 김밥집을 지나
검문소가 있던 자리가 보이는 찐빵집에서
찐빵 하나 만두 하나를 기다린다

image.png

때 늦은 밥/ 임경숙 시인

바쁘다는 핑계로
서두르며 뱉던 말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무성했던 말치레

언제 밥 한번 먹자

수없이 오가던 가로수 길
이팝나무 고봉으로 피고 졌어도
잊고 지나쳤던 그 길에
조등 하나 켜졌다

낯선 얼굴 틈에 끼어서
눈시울 붉혀가며 떠 넣는
빛바랜 약속

너는 거기서, 나는 여기서
때 늦은 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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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다는 밥에 시선이 꽂히는 일차원 인간입니다. ㅎㅎ

모든 시작은 일차원입니다.
마지막에 닿을 곳도 일차원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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