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바닥모를 허무의 아가리가 밤새껏 나를 괴롭히는 게야, 실은 내 속에 이는 원한도 진정 그게 원한인가 믿을 수 없구나, 불민한 너를 위한 아픔도 진정 그게 아픔인가 믿을 수 없구나.
등잔불이 흔들리고 그림자도 흔들리고, 한참 후 등잔불과 그림자는 중심을 찾아 가라앉는다.
아픔이나 원한이나 인간사에서 그 모든 생각보다 더 깊고 큰 것이 있었습니다. 그게 허무가 아니옵니까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11장 대면(對面)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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