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71.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잘 해야 괭이 이마빡만한 당을 위지하구 그래도 그사람들 지성으로 뛰고 있으니, 의벼이란 빛 좋은 개살구야, 문어 제 다리 짤라먹는 격이지 뭐겠나.
혜관의 얼굴 따로, 웃음 소리 따로, 넓은 들판을 호탕한 웃음이 굴러간다. 멀리까지 굴러서 씨부리는 청인 농부 발밑에 웃음은 멎어버린 것 같다.
일각이 여삼춘데 이러다간 왜놈 되고, 아라사놈 되고, 청국놈 되고 뿔뿔이 흩어져서 조선은 그, 그렇소! 없어지기밖에 더 하겠소?
-토지 2부 제4편 용정촌과 서울 5장 해는 저물어 가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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