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7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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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색 두루마기 자락과 비단 목도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작은 가죽가방을 든 기화의 멀어지는 뒷모습엔 안타깝고 아쉬워하는 모습이 따라간다. 사람들의 경이에 찬 눈이 기화에게 쏠릴 때마다 홍이의 코는 아마 한 자쯤 높아지는 듯,
십전짜리가 일원짜리 지폐가 되고 일원짜리 지폐가 십원짜리 지폐가 되고 하던 국밥집 시절의 호경기는 꿈도 구어볼 수 없으니 말이다.
내 팔자 생각한께 천양지간익, 부모 없는 봉순이는 팔자가 저리 쭉 늘어졌는데 나는 와 이이렇겄소? 세상에 촌놈도 그런 촌놈은 없일 기고 살림이나 넉넉하단 말가......
-토지 2부 제4편 용정촌과 서울 7장 그리웠던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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