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06.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햇빛은 마루 끝에 닿을 듯 닿을 듯하면서 신돌 위에 놓인 고그맣고 하얀 가죽신발에 머물고 있다. 햇살은 두텁지만 늑가을의 공기는 차다.
어떤 때 병수는 삼월의 멍든 얼굴이 자기 등에 짊어진 혹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등의 혹에도 저와 같은 피멍이 있고 손톱으로 할퀸 핏자국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 윤회라는 게 있다면 왜 사람이나 짐승이나 벌레나 초목이나 그런 것들이 빙빙 돌아야 하는 걸까? 세월은 바람일까? 바람이 사람들을 이 세상에 있는 것을 어디로 자꾸 몰고 가는 걸까?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5장 과객, 난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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