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이런 사랑(필립 베송)
관객없는 코미디를 잘 하는 나는
이번에도 한 건 했다.
어떤 코미디냐....
이번 겨울 어차피 이언 매큐언과
끝장을 보기로 했으니
도서관에서 또 다른 책을 대출했다.
새로 들고 온 책 뚜껑을 딱 열었는데
작가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 거다.
에혀..... 옆의 책을 잘못 집어 왔구만.
필립 베송? '이런 사랑' ?
보니까 그다지 두껍지 않고 글씨도 많지 않아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은근 글씨도
많고 페이지도 길다.)
그냥 읽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방치한 푸른 곰팡이에서
엄청난 의약 성분을 발견했듯
오, 이 작가와 작품 괜찮은데?
원 제목인 Un Garcon d'Italie는
이탈리아 남자라는 뜻이고
배경은 피렌체다.
첫 페이지부터 쇼킹한데 주인공 루카가
죽에서 자신의 몸을 보며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집안 출신, 잘생긴 청년 루카는
아노르 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되는데
자신의 죽음이 그다지 놀랍지도
괴롭지도 않다고 서술한다.
루카의 약혼자인 안나는 충격을 받아
절망에 빠진다.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음의 원인이 석연치 않다.
루카 부모의 반응도 이상하다.
장례식을 멀리서 지켜보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레오.
그는 스무 살의 젊은이로 기차역에서
매춘을 하는 남자다.
자신을 조건없이 바라보고 사랑해준
루카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는 몸을 팔아 살고 있지만
자기 삶에 후회는 별로 없다.
이 세 사람의 독백이 두 페이지 씩 이어진다.
안나는 레오를 만나보고 루카가
자기를 속인 건 아닌가 좌절한다.
레오는 루카가 안나만큼이나 자신을
사랑했던 것을 확신한다.
땅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던 루카의 마지막 고백.
그는 레오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술과 수면제 기운 때문에
실족해 강으로 추락했다고 밝힌다.
요점만 추리면 양성애자가 죽었고
이성과 동성의 애인들이 갈등하고
괴로워 한다는
흔히 있는 소설 내용인데
중요한 건 굉장히 압축적이며
정교하게 다듬어서
그 상황을 영화 한편으로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는 점이다.
번역가가 알려주길, 필립 베송의
거의 모든 작품이 영화화 되었거나
되고 있다고 하며
탁월한 언어 조율로 가장 주목받는
프랑스 작가라고 한다.
재밌다.
또 한 명의 외국 작가를 알게 되어
매우 유식해진 느낌이 든다.
동성과 이성을 모두 좋아하고
동성 쪽으로 조금 더 기우는 심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필립 베송 / 장소미 역 / 2012/ 문학동네 / 장편소설

동성을 연애감정으로 느낀 적은 없습니다만…;;
[booming-kr-auto]
보팅 완료했습니다 🙌
대부분이 그러시죠. 저도 그렇고. ㅎㅎ
책이 블링블링하네요 ㅎㅎ
[booming-kr-auto]
보팅 완료했습니다 🙌
도서관 책은 표지를 빼 버리는 게 아까워요.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저는 다가가기 어려운 책이네요.. 동성쪽으로 기우는 심리라니....
사랑했던 사람이 동성애자였던 것을 알게 된 여자의 비참함도 나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