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의 샘이 깊은 물 - 빚
날은 아침부터 더웠다.
사촌동생네 마당에 차를 대고 고불고불 좁다란 길을 지나간다.
집집마다 꽃이 아름답다. 장미는 담을 넘어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이웃집 꽃과 얘기를 나눈다.
마을을 벗어나 비탈진 길에 접어들자 땀이 나고 숨이 가빠진다.
산길은 좁고 풀이 많이 자라고 숲이 우거지기 시작해서 조심하며
걸어야 한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지워진 길을 더듬어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으면 중간에 길이 막히기를 몇 번이나 했다.
동생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는데 늦어지며 혼자 떨어지다 보니
생기는 일이었다. 헉헉 거리고 땀을 훔치며 묘역에 도착하니 벌써
친척들이 많이 모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 파묘를 시작했다고 한다.
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연결이 안 된다. 하는 수 없이 사촌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이미 수습이 끝났다고 하며 동생을 바꿔준다. 누나 혼자
길 못 찾으니 올라오지 말고 그냥 있으란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었다.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한 참 후에 사촌동생과 도착한 동생이 부모님 모시고 오려고 했지만
혼자 온 사촌 동생 혼자 두고 올 수도 없고 작은아버지까지 모시고
딸들만 있는 당숙 산소까지 들러 오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곧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로 향했다. 지나는 길에 재당숙 산소에
인사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파묘를 지켜보고 있으니 할머니와의
추억이 하나 둘 모여온다.
수습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부모님 생각이 더 간절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유해를 모시고 산등성이를 넘어오면서도 동생들은
걸음이 빨라 뒷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따라가는 내내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 생각만 했다.
묘역에 도착하니 남편이 다가와 웃으며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내가 장인장모님 자리 콩알만 한 돌멩이 하나까지 다 골라내고,
모시고 나서 흙 다질 때 세 번이나 꼭꼭 밟아드렸어.”
만약에 부모님 산소가 아니라 내가 거기 있다고 하면 그 분들은 풀숲을
헤치고 새로 길을 만들어서라도 나를 찾아 오셨을 것이다.
나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산자와 죽은자 사이에서....큰일을 치루셨네요....
그래도 조카들이 많이 와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이 짠~! 💙 합니당...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이 다 그렇지요.
저 또한 가신 분들 생각이 나면서 애잔합니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