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의 샘이 깊은 물- 오 마이 밥

in zzan4 years ago

img085 대문.jpg

시누이 소개팅 자리였다.
수녀님과 동행하면서 알게 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졌다.
서로 허물없이 얘기를 주고받게 되면서 우연히 시누이 얘기가 나왔다.
말 끝에 결혼 안한 막내아들이 있다고 하며 엮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는 말도 그냥 지나는 말로 들었다. 진실의 무게를 안 것은 며칠 뒤였다.
시골에 있는 경양식집, 간판만 그럴 듯한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처음 보는 남자는 동그란 바탕에 살이 올라 아기 얼굴처럼 포동포동했다.
생각보다 어두운 실내가 어색함을 더했다. 양쪽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면
우리 둘은 자리를 뜨는 것으로 알았는데 만나자 마자 앉지도 않고 선채로
아는 체를 하더니 자리를 뜬 것은 젊은 남녀였다.

시누이는 오밤중에 귀가했고 곧이어 상견례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일은 속성으로 진행이 되었고 겨울을 지나 돌아오는 봄 식목일에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친구에서 사돈이 된 우리는 그날의 경양식집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붙이게 되었다.

그런데 신랑자리가 그런 눈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포동포동한 얼굴에
연신 입을 오물거리며 음식을 먹었다. 다른 때 같으면 무슨 게걸들었느냐며
속으로 핀잔을 했을 나였지만 이상하게 밉지 않게 보였다. 입 짧은 남자
비위 맞추는 일도 보통 고역이 아니다.

결혼 전 주말이면 칼퇴근을 하며 집으로 왔다. 문제는 밥이었다. 남들은
여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놀다 오는데 무슨 남자가
미래의 처갓집에 오면 밥부터 찾았다. 도착하면서부터 다음 날 늦은 저녁
떠나기 전 밤참까지 그것도 처남댁이 해 주는 밥에 코를 박고 먹었다.

결혼하고 산소에 금초를 마치고 물놀이를 하는 날도 물고기고 낚시 도구고
다 관심이 없고 오로지 밥통만 끼고 앉아 매운탕을 몇 그릇씩 비우고
수제비 더 먹고 싶다고 눈빛으로 애걸을 한다. 그래도 밉지 않았다.
적어도 밥 잘 먹는 남자가 건강하고 성격도 좋다는 게 내가 남자를 보는
기준이다.

그 밥 잘 먹는 남자는 지금도 시누이 속 썩이는 일 없이 튼튼하게 가장
노릇 잘 하며 살고 있다. 밥 세끼 잘 먹어주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Sort:  

훈훈합니당~^^ 💙

짠~! 💙

하정우 먹방스런~ ㅋㅋ 오~마이~~밥~! ^^

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2020 스팀 ♨ 이제 좀 가쥐~! 힘차게~! 쭈욱~!

알콩달콩 잘 살아주니 고맙지요.
편안한 밤 되세요.

밥통을 끼고 앉아..... 귀여워요. 지금은 어엿한 가장이시군요. ㅎㅎ

벌써 아들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답니다.
여전히 밥은 잘 먹고 ㅎㅎ

앞으로 밥 먹을 때 더 복스럽게 먹어야겠습니다^^

맞아요.
먹는 데서 정만 나는 게 아니라
복도 옵니다.^^

내리사랑
마음 따뜻하신 분 같아요

밥 먹는 모습만 봐도 정이가요.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3
JST 0.030
BTC 60191.28
ETH 3302.01
USDT 1.00
SBD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