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이라는 허풍 뒤에 가려진 죄송함

in #atomy1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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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이라는 허풍 뒤에 가려진 죄송함


솔직히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막연한 생각에 같이 간 회원 중 한 분은 장원을 할 줄 알았다. 그분의 평소 글솜씨를 보아도 그런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지, 그분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한다. 나야 평소 펜을 들고 글을 쓰는 훈련이 되지 않은 데다, 내가 써놓고도 내가 못 읽을 정도의 악필이라 내용 유무를 떠나 기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얼굴이라도 들이밀어야 늘 애써주시는 선생님에게 덜 죄송할 것 같았다. 친구들과 가을 소풍 나들이를 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갔는데, 선생님은 수년간 공부한 당신의 제자들이니 나름대로 기대를 하셨던 모양이다. 결국 선생님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몇 해를 가르쳤는데 이 모양이냐는 실망감이 깊으신 듯하다.

나는 늘 선생님 앞에서 "가평의 작가들은 대기만성형이라 나중에 크게 될 터이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라"며 위로해 왔지만, 막상 가르치는 분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선생님에게 배우는 문우들은 전국대회 어디를 가든 입상을 턱턱 잘해오는 모양이니,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쩌면 비교가 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솔직히 죄송한 마음뿐이다. 대기만성형만 외칠 게 아니라, 요소비료를 먹은 작물처럼 효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생님은 여러 곳에서 제자를 길러내고 계시지만, 특히 가평 친구들이 의리가 있다며 무척 사랑해 주신다. 그런 자식들이 여기저기 가서 상을 받아오면 참 뿌듯하고 좋은 자랑거리가 되셨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선생님, 못난 자식이 효도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라고 위로조로 말하지만, 사실 이제는 그 말씀을 드리기조차 죄송스럽다.

이유는 선생님이 나날이 연로해지시는 것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세가 있으시기도 하지만, 우리가 나중에 효도를 할지언정 당장은 속을 썩이는 자식이 되어 선생님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선생님이 부쩍 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깊어진다. 온갖 정성을 다해 수년간 가르쳐 주셨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싶다.

평소 같으면 이럴 때도 "선생님 걱정 마세요. 우리는 대기만성형이니 두고 보세요. 분명 노벨상을 탈 작가도 나올 겁니다"라며 큰소리를 쳤겠지만, 이제는 그런 허풍을 떨기에도 면구스럽다. 선생님이 눈에 띄게 쇠약해지시는 걸 느끼기에, 내년에도 선생님에게 매달려 "더 가르쳐 주세요"라고 차마 붙잡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더는 허풍조차 떨 수 없게 된 현실이 서글프다.

마음 같아서는 건강하셔서 몇 년간 더 가르쳐 주신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내 욕심일 것이다. 이제는 그저 가끔 찾아뵙고 다정한 말씀이나 나누는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내년부터는 그래야 마땅할 텐데, 이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 선생님 말씀대로 '돈'을 벌어와야 할 모양이다. 각종 공모전에서 당당히 상을 타고 상금을 받아오라는, 문학적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제대로 받아오라 하셨던 그 애정 어린 호통 말이다. 나중에라도 선생님의 그 엄하면서도 따뜻한 당부가 가슴에서 울컥대며 올라올 것 같아, 이제 정말 정신 차리고 펜을 쥐어 글을 쓰고 제대로 된 성과를 세상에 보여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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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백일장에 나가셨군요?
이런 제자들을 두신 선생님은 복이 많으시네요.
입상 못하면 어떼요?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득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