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내 애를 준다
첫째 딸이 7개월 되었을 때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았다.
시어머니 스트레스가 심하니 남편하고 사이도 안 좋아졌다.
어느날 내 스트레스를 받아주던 남편도 폭발했고 시부모님이 계시는 앞에서 이혼하겠다고 난리쳤다.
남편이 애기는 못 준다고, 돈은 너가 다 가지라고 했다.
근데 나는 "그래. 애기 너 줄게. 나만 놔줘."
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나는 애기보다 내가 훨씬 더 중요했다.
남편은 절대 애기를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애기 때문에 이 집에서 영원히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이 사건을 돌이켜보면 내가 참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다.
망설임 없이 애기 준다고 말한게 참 부끄러운 일인 것 같다.
어릴 때 상처를 많이 받고 외롭게 자랐다고 생각해서 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았다.
날 받아주는 따뜻한 집도 없고 친구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다보니 세상에 어우러져 산다는게 어려웠다.
시어머니한테 당한 며느리가 나중에 더 시집살이 시킨다는 말처럼 나도 이제 먹고 살만해지니 지나간 세월을 보상 받으려는 것처럼 나도 가끔은 나보다 약해보이는 사람들한테 갑질 식으로 하는 것 같다.
사랑을 충분히 받아본 사람만이 그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살만해진 커버린 내가 사람을 포용해주지 못하고 이제라도 당하지 않고 살겠다는 듯이 나보다 약해보이는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지 못하고 어설픈 갑질을 하는 것 같은 나를 보면 참 내 자신이 실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존중 받는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존중 받길 원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마흔쯤 됐으면 이제 부모 탓은 그만해야 한다.
상처를 받는 입장이었는데 내가 이젠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된 것 같다.
상처를 주기 싫어서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사람들하고 같이 있으면서 배려해야 되는 것이 힘들다. 사람들한테 친절해야 되는 것이 힘들다.
내가 사람들의 냉담한 태도에 상처를 많이 받아왔기에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만나서 괜히 불필요한 상처를 주고 받느니 혼자 있는 것을 택한다.
누가 나한테 너무 잘해주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큰둥한 엄마한테 애교를 피우는 두 자식을 보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너희가 이런 나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나는 사랑을 보고 배운 적이 없다.
몸에 맞지 않는 옷보다는 몸에 맞는 옷이 편하다고 생각해요. 과한 감정보다는 "편함"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편해야 상대가 편합니다.
상처를 주고 받지 않는 관계가 있을까요?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를 주고받을 확률도 크고 깊이도 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히 상처의 합이 가까움보다 더 큰 관계도 존재하긴 해요. 그럴때는 잠깐 멈추고 멀어지고 놓아두어도 좋습니다.
사랑을 배운다기보다는 사랑의 방식을 배운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방식이 서로 통할수 있는 방식이라면 그걸로 된거라고 봐요. 남들의 방식에 굳이 내 방식을 맞출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
내가 편해야 상대가 편하다...
상처의 합이 가까움보다 더 큰가 아니면 가까움이 더 큰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가까움으로부터 오는 상처가 있더라도 가까움이 나에게 꼭 필요하다면...
서로 통할 수 있는 방식이면 된다... 그 방식은 다른 누구와 다를 수도 있다....^^
참 마음이 편해지는 댓글이네요~~~~^^
맘에 와닿는 말씀이 너무 많아요...
사랑하는 법이 뭐 있나요? 본능이지요, 노력할 필요도 학습할 필요도 없는것 아닐까요? 다만 표현의 방식이 사람마다 다를뿐이겠지요.
그러겠죠? 남들하고 달라보여도 자신만의 표현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겠죠?
메가님, 책 한 권 쓰시죠? 누구나 상처는 있지만 그 깊이 는 다르고 그 자신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죠. 마흔이면 부모 탓은 그만! 저도 34살 먹고서야 떨어버렸죠. 나중에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그때 참 고마웠다고, 날 보내고 그리 우셨다고, 가족이니까 애증도 사랑도 더 깊어집니다. 저희 어머니는 정말 할머니가 심하게 하셨죠. 근데 며느리들에겐 안 그러세요. 할머니가 나쁘다기 보다는 그때는 그랬던 거죠. 메가님은 "내 삶 즐기느라 신경쓸 틈 없다. 니들끼리 잘 해봐라" 하실 듯,,,,
그때는 그랬다는 말씀이 맞는거 같아요.. 시대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더 나은 모습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으니 그렇게밖에 할 줄 몰랐던...
니들끼리 잘 커봐라...ㅎㅎ
책 내면 빅맨님 사주실 건가요~~~^^
그렇다면 곧 내겠습니다~~~!!
전 10권 예약합니다. 아, 100 권이라 할껄..
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열권 사주신다는 분 처음 봤어요 ㅎㅎㅎㅎㅎ
그렇다면 바로 내겠습니다!!!!!
100권이라고 하셨으면 많이 후회하셨을겁니다...
아픔이 느껴집니다. 상처는 아물어도 그 기억은 잘 지워지지 않읍니다. 너무 몰입해서 그것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으로 작은 것을 덮는거지요... 인생이 참 어렵죠
더 큰 것으로 작은 것을 덮는다는 말씀이 맞는거 같아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거겠죠?
참 어리석고 이기적이지만 나만 인생이 쉽지 않은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받아요...
사실 다른 이들이 나보다 더 불행하다고 하더라도 그게 사실이어도 그리 큰 위로가 되지는 않습니다. 내 괴로움이 늘 가장 큰 법이니까요. 더 큰 것은 나의 범위를 키우는 것입니다. 나만 내가 아니라 내 가족도 나이고 더 크게는 국가와 인류까지... 쉽지는 않은 것이지요. 이 나이 먹고보니 아주 쪼끔 알게 되는듯 합니다만 아직 멀었죠...
나의 범위를 키운다는 말씀이 너무 좋네요~~~!!
제가 아주 오래전에 올렸던 부끄러운 글인데 한번 읽어봐 주세요^^
다시 읽어보니 좀 어설픔이 느껴지네요...
https://steemit.com/kr/@yhoh/91qrb
나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말씀...
참 어렵지만 그것을 목표로 살아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인생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것..
너도 사실은 나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근데 요호님 프로필 보니 일본어가 쓰여져있는데 무슨 뜻인가요~^^
당시에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라... 요즘은 다 잊어버렸어요 ㅠㅠ 야레바 데끼루 라고 읽습니다. 우리말로는 "하면 된다" 입니다 ^^
하면 된다 라는 뜻이었군요!!
어른이 되어도 사랑을 받고 싶고 존중을 받고 싶은건 당연한거 같아요아직 익숙치 않은 것일뿐 충분히 멋진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