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끝이라는 글씨를 들여다 본다
별이 기울어
그림자도 집을 찾아 간 시간
눈을 감으면 비로소 열리는 세상
고요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숨결과 만난다
입술을 움직이지 않아도
들려오는 말이 있다
가슴과 가슴의 거리는
아득히 보이지 않도 가까워라
한 손에서
또 한 손의 거리는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도
닿지 않았다
끝이라는 말은
멀다는 말로 쌓은 탑을 헐고
새로 쌓겠다는 다짐이다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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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그러면 홀가분 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