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왁자지껄 몰려오던 비가
유리창 안을 기웃거린다
빗방울의 작은 발이
훨씬 커다란 사람 발보다
큰 소리를 내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먼 길 오는 내내
낯선 땅에서 길을 잃지나 않을까
앞만 보고 달렸을 것이다
더 이상은
비가 아니라 물이 되어
존재를 던지고 스며들어도 좋을
타들어가는 가슴을 찾는다
비탈진 세상에 수평을 이루며 사느라 구부러진 허리
낮은 곳만 바라보며 수그러진 목덜미를
빗줄기처럼 일으킬 수 있다면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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